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,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.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빌지워터 : 불타는 파도 (문단 편집) === 1막 2장[* 화자는 [[그레이브즈]]다.] === || 기다림 재회 불장난 얼마나 어둠 속에 서 있었는지 모른다. 나방이 등불로 돌진해 타닥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. 침침한 허공을 쏘아보며 가만히 서 있자니 마음이 소란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. 그러나 분노가 나를 지탱해주었다. 복수하기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. [[트위스티드 페이트]]는 자정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. 뱀 같은 자식. 물론 카드 마술을 부려 창고 한복판에 나타났다. 딸각. 곧바로 산탄총을 장전했다. 기필코 날려버릴 테다. 이 더러운 배신자를 몇 년이나 찾아 헤맸던가. 이제야 운명의 총구를 겨눌 시간이 온 것이다. “트위스티드 페이트.” 그를 불러 세웠다. “오랜만이군.” 오늘을 기다리며 속으로 되뇌었던 수많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를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. 반면 이 자식의 텅 빈 두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.두려움도, 후회도, 놀란 기색조차도. 단단히 장전된 총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데. 망할 놈. “도대체 얼마나 그러고 서 있었던 거야?” 싱글싱글 웃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치솟았다. 놈을 향해 총구를 들이댔다. 당장 방아쇠를 당긴다면 모든 게 끝장날 터였다.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.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. 변명이라도 듣고 싶다. “왜 그런 거지?” 어차피 교묘한 거짓말이나 늘어놓을 게 뻔하다. 그래도 묻고 싶었다. “총은 치우자. 응? 우리 친구잖아.” 친구? 친구라고? 이놈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. 나는 순간 이 야비한 자식을 내 눈앞에서 영원히 치워버리고 싶었다. 그러나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만히 지켜봤다. “이렇게 단정하게 차려입은 건 처음 보는데?” 그 말에 모습을 유리에 비춰봤다. 쥐가오리에게 무자비하게 물어 뜯겨 꼴이 말이 아니었다. 경비의 눈을 피해 바다로 수영해 들어오느라 이리되고 만 것이다. 그런데 단정이라니? [[지나가던]] 개가 웃을 소리였다.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다음부터 말쑥한 차림만 고집해왔다. 곧 엉망진창으로 망가질 테지만. 그전에 대답을 듣고 말겠다. “그 계집애 같은 얼굴을 벽에 뭉개버리기 전에 왜 내 뒤통수를 쳤던 건지 말해.”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상대할 때는 정면으로 세게 나가야 한다. 이 미꾸라지 같은 놈이 언제 교묘하게 빠져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. 같이 일할 때는 그 간교함 덕을 봤지만 이젠 아니다. “사람이 수용소에서 십 년을 썩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? 아냐고!” 알 리가 없다. 놈은 침묵을 지켰다. 나에게 저지른 잘못을 안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. “보통사람이었으면 미쳐버리고 남았어. 네놈에게 복수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틴 거다.” 그러자 놈이 간사한 혓바닥을 놀렸다. “내 덕분에 버틴 거네. 그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?” 반달처럼 휘어진 눈가에 실소가 어려 있었다. 툭.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. 분노에 눈이 먼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. 하지만 참아야 한다. 분명 살살 약을 올려 분별력을 잃게 하고 그 틈을 타 슬쩍 사라지려는 수작이었다.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. 내가 침묵을 지키자 놈이 놀란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. 나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. “날 얼마에 팔아넘긴 거냐?” 창고 안으로 낮은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. 시간을 벌어보려는 수작인지 놈은 계속 미소만 짓고 있었다. 웅성거리는 소리, 발소리가 가까이서 창고를 울렸다. “말콤. 얘기하기 싫은 건 아닌데, 다른 적당한 때가 있지 않을까?” . 그 순간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카드가 나풀거리며 춤을 췄다.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. 탕. 조각조각 찢긴 카드가 허공에서 흩날리며 떨어져 내렸다. 저 망할 손도 날려버릴 수 있었는데. “정신 나갔어?” 길길이 날뛰며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말했다. 드디어 놈이 평정심을 잃은 것이다.“동네 사람들 다 깨우려고 작정했냐? [[갱플랭크|창고 주인]]이 누군지 알기나 해?” 글쎄. 관심 없는데. 다시 총을 조준했다.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. 카드들이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펑펑 터졌다. 나는 카드에 응수하며 쉴 새 없이 총을 쏘았다. 하지만 녀석을 정말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싶은 건지, 반만 죽여 놓고 더 따져 묻고 싶은 건지 내 마음을 알 수 없었다. 그때 갑자기 자욱한 총탄 연기와 널브러진 나무 상자 파편 사이로 창고의 문이 덜컥 열렸다. 열 명이 넘는 해적단 무리였다.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엎질러지듯 쏟아져 들어왔다. “너 진짜 이럴 거야?”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손에 다시 카드가 들려 있었다. 나는 총을 똑바로 겨눈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. 끝장을 볼 시간이 왔다. ||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-BY-NC-SA 2.0 KR으로 배포하고,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.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.캡챠저장미리보기